코츠빌의 여름을 여는 50년 전통, 브랜디와인 딸기 축제 이야기

펜실베이니아주 체스터 카운티 코츠빌(Coatesville). 한적한 소도시처럼 보이는 이곳은 매년 5월 말이 되면 전혀 다른 얼굴로 변합니다. 딸기 향과 솜사탕 냄새, 회전목마의 음악 소리, 그리고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거리를 가득 채우는 시기입니다. 브랜디와인 딸기 축제(Brandywine Strawberry Festival)는 단순한 농산물 축제가 아니라, 코츠빌 주민들이 반세기 동안 함께 만들어 온 공동체의 자부심입니다. 지역 신문에서는 매년 이 축제가 시작될 무렵 여름이 공식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표현할 정도로, 주민들의 일상에 깊이 뿌리내린 행사입니다. 코츠빌을 찾는 외지인들조차도 축제 기간 동안에는 이 도시가 보여주는 다른 얼굴에 놀라움을 표하곤 합니다.

축제의 시작은 197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브랜디와인 병원(Brandywine Hospital) 부지에서 소규모로 열렸던 모금 행사가 점차 규모를 키워 오늘날의 대형 페스티벌로 자리잡았습니다. 처음에는 인근 농가에서 수확한 딸기로 만든 쇼트케이크를 판매하며 병원 운영 기금을 마련하는 소박한 자리였지만, 지역 사회의 적극적인 참여가 더해지면서 음식 부스, 놀이기구, 라이브 공연, 공예품 시장이 추가되는 종합 페스티벌로 발전했습니다. 첫 해에는 천 명도 채 안 되는 방문객으로 시작했던 행사가 지금은 매년 이만 오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체스터 카운티의 대표 축제로 성장했습니다.

브랜디와인 헬스 파운데이션이 이어온 사회적 사명

이 축제를 오랫동안 주관해 온 브랜디와인 헬스 파운데이션(Brandywine Health Foundation)은 코츠빌 지역의 의료 형평성, 청소년 발달, 건강한 지역 사회 만들기를 핵심 가치로 삼아 온 비영리 단체입니다. 매년 축제에서 발생하는 순수익은 십만 달러를 훌쩍 넘기며, 이 자금은 전액 지역 청소년 장학금, 정신 건강 프로그램, 저소득층 의료 지원, 청년 리더십 양성 프로젝트 등에 재투자됩니다. 단순히 즐기는 행사가 아니라 즐기는 것 자체가 이웃을 돕는 행위라는 점이 이 축제의 가장 큰 매력이자 차별점입니다.

축제의 운영은 수백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떠받칩니다. 학교 교사, 소방관, 은퇴한 의료인, 고등학생들까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매년 모여 부스를 설치하고, 안전을 관리하고,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이러한 자원봉사 문화가 코츠빌이라는 작은 도시의 정체성을 지탱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는 축제가 없는 5월은 5월이 아니다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통용될 정도이며, 이 축제를 위해 일 년 내내 준비하는 위원회 회의가 정기적으로 열리기도 합니다.

축제장에서 만나는 풍경들

축제의 가장 상징적인 음식은 단연 딸기 쇼트케이크입니다. 갓 구운 비스킷 위에 두툼하게 썬 생딸기와 휘핑크림을 올린 이 디저트는 매년 수천 개씩 판매되며,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을 연출합니다. 그 외에도 국제 음식관에서는 멕시코, 이탈리아, 한국, 인도 등 다양한 나라의 길거리 음식을 맛볼 수 있어, 코츠빌의 다문화적 면모를 잘 보여줍니다. 코츠빌은 펜실베이니아 체스터 카운티에 위치한 도시로, 철강 산업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자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어우러진 공동체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인 스트로베리랜드(Strawberryland)에서는 바운스 하우스, 미니 기차, 페이스 페인팅, 작은 동물 농장이 운영됩니다. 부모들이 잠시 쉬는 동안 아이들은 안전한 공간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습니다. 저녁이 되면 라이브 무대에서는 지역 밴드들이 컨트리, 록, 재즈 등을 연주하며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립니다. 마지막 날 밤에는 화려한 불꽃놀이가 코츠빌의 밤하늘을 수놓으며 축제의 대미를 장식합니다. 인근 마을 주민들도 일부러 차를 몰고 와 멀리서 불꽃을 감상할 정도로 유명한 광경이며, 불꽃놀이 시간에 맞춰 음악이 함께 흘러나오는 연출은 매년 사진작가들의 단골 촬영 소재이기도 합니다.

코로나 이후, 다시 일어선 축제

모든 전통 행사가 그러했듯 브랜디와인 딸기 축제 역시 팬데믹 기간 중에는 중단의 아픔을 겪었습니다. 2020년과 2021년 두 해 연속 축제가 취소되었을 때, 코츠빌 주민들은 단순히 즐길 거리를 잃은 것이 아니라 일 년에 한 번 모두가 모이는 구심점을 잃었다는 상실감을 호소했습니다. 다시 축제가 재개되었을 때 지역 신문은 코츠빌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는 표현으로 그 감격을 전했고, 첫 재개 해에는 평소보다 많은 자원봉사자가 신청서를 제출했다는 후일담도 전해집니다.

운영 주체는 시간에 따라 변화해 왔습니다. 오랫동안 브랜디와인 헬스 파운데이션이 주관해 오다가 최근에는 지역 로터리 클럽 등 다른 시민 단체들이 일부 역할을 분담하면서 새로운 형태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운영 주체가 바뀌어도 축제의 본질, 즉 딸기 한 접시로 이웃을 돕는다는 정신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과거 글에서 다루었던 유희의 진화와 카지노 문화처럼, 축제 역시 시대에 맞게 형태를 바꾸며 살아남고 있는 셈입니다. 변화 속에서도 본질을 지켜내는 일은 어떤 행사든 가장 어려운 과제이지만, 코츠빌은 그 일을 꽤 잘 해내고 있는 도시입니다.

방문객에게 전하는 작은 안내

코츠빌의 5월 마지막 주말, 만약 펜실베이니아를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한 번쯤 들러볼 만한 시간입니다. 갓 만든 쇼트케이크 한 조각을 손에 들고 가족 단위 방문객들 사이를 천천히 거닐다 보면, 왜 이 축제가 반세기 동안 사랑받아 왔는지 자연스럽게 느껴질 것입니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놀이기구나 음식 부스에서만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부담 없이 가족 단위로 방문하기에 좋습니다. 주차장도 비교적 여유가 있는 편이고, 인근에는 합리적인 가격의 숙소도 여러 곳 있어 일박이일 일정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작은 도시가 만들어낸 큰 전통의 향기는 입소문이 아니라 직접 경험해야만 알 수 있는 종류의 것입니다. 매년 5월 마지막 주, 코츠빌의 거리는 다시 한번 딸기 빛깔로 물들 것이고, 누군가는 그곳에서 평생 잊지 못할 가족 사진을 한 장 찍어 갈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축제가 사람들에게 사랑받아 온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 축제가 지역 경제에도 적지 않은 파급 효과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입니다. 축제 주간 동안에는 코츠빌 시내의 식당, 카페, 모텔, 주유소 매출이 평소의 두세 배까지 오르고, 인근 농가들도 딸기 외에 꿀, 잼, 베이커리 제품을 함께 판매해 1년 매출의 상당 부분을 이 시기에 올린다고 합니다. 작은 행사 하나가 도시 전체의 경제 시계를 빠르게 돌리는 풍경은, 지역 축제가 가지는 가장 본질적인 가치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디저트 한 조각이지만, 누군가에게는 1년치 생계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 바로 이 축제의 또 다른 얼굴입니다.